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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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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웠어요 토리야마씨 누구나 한번쯤 자신의 시대속에 문화적 유산을 지니며 살고 있다. 많지 않은 양이라도, 그 유산이 삶에 기여하는 부분은 분명 적지 않을 것이다. 나에게도 그러한 것들이 몇가지 존재한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드래곤 볼' 이었다. 하나 고백하자면, 만화세대에 일원으로써 살아왔지만 그간 완독한 것은 거의 없었다. 범위를 근래까지 넓혀봐도 이제 열손가락 정도 완성될 것 같다. 하지만 만화의 재미를 느낀 첫 작품이자 첫 완독작품은 단연 드래곤 볼이었다. 귀여운 주인공이 종횡무진 활약하며 모험을 펼치던 시기부터 서서히 강자와의 사투를 벌이는 활극에 이르는 무협에 이르기까지. 장대한 시간동안 벌어지는 이야기에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었다. 매 순간, 새로운 회차가 나오는 주간 잡지를 기다리고, 서점으로 달려가 뜨끈하게..
성공의 맛 좀 보시겠습니까? [성공포르노의 함정] 대중적인 성공에 대한 갈음이 비이상적으로 강해지는 것은 비단 자기 결핍에서 시작되는 것이 모든 근원이라 보긴 어렵다. 그렇기에 결정적 원인은 아닐 것이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우리의 삶이 이토록 비굴하고 처연하게 바라봐야 하는 것을 입증하는 셈이다. 언제부턴가 성공에 관련된 내용들이 알고리즘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성공의 맛은 언제나 달콤하게 느껴진다. 거부하기 힘든 유혹이다. 내 자신에게도 존재하는 일부의 결핍을 채워 넣고자 하는 욕망이 꿈틀거렸다. 다채널을 넘어 과채널의 시대로 접어든 요즘에는 원하는 정보만을 선택하여 취합하기 최적인 요즘, 이러한 콘텐츠들은 알게 모르게 동기부여로 다가오기도 한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속이 메슥거운 기분을 감추기 어려운 내용들도 더러 보이기 시작했다. 그럴듯한 내..
비겁을 넘어선 비참함 : 2024 아시안컵과 KFA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는 요체는 장수에게 달렸다 정두경 (鄭斗卿, 1597-1673) 돌아보면 어지러운 일상이 천지 삐까리인 시대인데, 어찌 혈압은 잦아들 생각을 하지 못할까? 많은 이들의 밤잠을 설치게 만들었던 아시안컵이 끝나고 설날 마저 흘러갔다. 뒷북도 너무 뒷북인 것을 잘 알고 있지만, 4강 탈락에서 부터 시작된 작은 역풍의 분노는 쉬이 잦아들기 어려워 보인다. 모두가 익히 아는데로, 1960년 우승 이후 오랜시간 무관에 그친 오욕을 씻어 내고자 했던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의 출사표는 끝내 실패했다. '좀비 축구', '해줘 축구'등의 오명으로 불리웠지만 존버하며 버틴 끝에 4강에서 말이다. 결과만 놓고 보면 클린스만이 말한대로 성공적일지도 모른다. 전 대회 결과인 8강에 비해서는 수치상 비약적으로 상승..
自家撞著(자가당착) : 무엇을 개발하라는 것인지 사는것에 비해 읽는 것은 여전히 미흡하지만, 꾸준히 행하려하는 것 중에 하나가 독서이다. 공부와는 담을 쌓고 살다시피 했던 나이지만, 타의적으로라도 해야만 하는 상황에 직면하니 조급함이 다가온다. 그러다 보면 진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구매해버린 책들도 더러 있다. 남이 아닌 나부터가 이미 자가당착에 빠지는 것이다. 자기 개발의 시대 개인적 취향과는 별개로, 간혹 자기개발서적 코너를 살펴보는 경우가 있다. 시대가 진화해가도 자기 개발이라는 화두는 이를 거스른 적이 없었다. 인간에게 주어지는 가장 원초적인 욕망에 접한 자기 개발이라는 단어는 그래서 오랜시간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20대 시절부터 나 또한 제대로 자기 개발을 해봐야겠다는 일념하에 이런저런 책들을 구매했다. 나 또한 멋진 ..
교권의 종말 : 서초구 초등 교사의 죽음 7월 18일. 평범했던 어느 화요일에 한명의 교사는 생을 마감했다. 그것도 올해 임용되어 처음 발령받았던 학교에서 말이다.그토록 기다려 성취한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접게 했던 것일까. 교권의 독주. 폭력의 시대 개인적으로 학교에 대한 기억은 좋은 편이 아니다. 특히나 중,고등학교의 경험은 더욱 두드러진다. 억압과 폭력이 난무했던 야만의 시간이었다. 준비물을 미처 챙겨오지 못했다거나, 시험 점수가 떨어졌거나 할 때면 내가 속한 학급의 담임들은 모두 매를 들어 올렸다. 손바닥과 종아리가 부어오르기 쉽상이었다. 더러는 따귀를 갈귀기도 했다. 특히나 고등학교 1학년때의 담임은 지금 생각해도 치가 떨릴만큼 악연이었다. 처세와 사욕으로 가득한 말종이었다. 어느날 굉장히 오해를 당했던 상황이 나에게 생겼는데, 그는 ..
1만원의 벽. 2024 최저임금 협상을 바라보며 결론은 이번에도 1만 원은 넘지 못했다. 누군가는 시기상조라 말하고, 누군가는 너무 늦었다고 말하는 최저임금. 쉬이 생각하기에는 좀처럼 가볍지 못한 우리 시대의 화두를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2024년 최저임금 '9860원' 오늘 결정된 대한민국 2024년 최저임금은 9860원이다. 월급으로 환산해보면 2,060,740원 (월 290시간 근무 기준)으로 전년 대비로는 2.5% (9620원) 상승한 수치이다. 수치상 근접해졌다는 긍정적인 시그널로 생각해 볼 여지도 충분하겠지만, 사견으로는 씁쓸한 입맛을 되뇌게 하는 결과였다. 1988년 도입된 이후 2번째로 낮은 인상률이라 한다. 관측이 우세했다고는 하나, 결과는 여전히 넘지 못한 벽이다. 1년이라는 시간을 환산하는 모든 개미들의 시간당 비용이 아직도 ..
심리 권하는 사회 : 우리의 감정을 누가 사유하는가 어느덧 2023년. 여러모로 격변의 시간을 겪고 있습니다. 팬데믹의 영향 하에 자그마치 3년이라는 시간동안 얼어붙어있었고, 세계는 더욱 불안정해지고 있습니다. 통합의 세계는 균열이 보이기 시작했고,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던 대선을 거쳐, 시시각각 변화하는 고금리의 여파를 안으며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최강대국 미국의 경제조차 위기가 보인다는 소식이 심심찮게 들려옵니다. 나열하기도 버거울 만큼 시시각각 이슈가 쏟아지고 있으니, 격변의 시간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러나 격변하는 시간만큼, 살림살이의 발전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하나를 외치던 세계는 자국 우선주의로 돌아서기 시작했고, 각자도생과 생존이라는 당면 과제, 지난 리먼 사태로 시작된 서브 프라임 모기지 당시보다 더 많이 풀린 유동성의 늪, 남겨진 빛..
유행을 팝니다 : 원소주와 mbti 올해 2월. 느닷없이 소주 하나가 주류 시장을 휩쓸었던 상황이 있었다. 원 소주 (One Soju). 아티스트 박재범이 만들었다는 힙한 소주였다. 일반적인 소주에서 볼 수 없었던 감각적인 디자인과 콘셉트. 전통 증류 방식으로 제조하여 인정받았다는 맛. 젊은 대중들은 그에 열광하였고, 제품은 품귀 현상을 빚기 일쑤였다. 지난 6월 지방선거가 겹쳐있던 시기. 일찌감치 사전투표를 하고 머리를 식힐 겸 잠시 부산에 다녀온 적이 있다. 오랜만에 바라보는 바다를 바라보며 그간 정제되어 있던 생각들을 소분하기 좋은 시간이었다. 그런데, 부산에 있던 이 무렵 원 소주의 팝업 스토어가 부산에 열렸다는 소식을 접했다. 평소 술을 마시지 않는 편이었던 나였지만 문득 궁금해졌고 구매하고 싶어졌다. 여행 이틀 차였던 기간부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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