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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선

비겁을 넘어선 비참함 : 2024 아시안컵과 K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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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에서 승리를 거두는 요체는 장수에게 달렸다 

정두경
(鄭斗卿, 1597-1673)

 

돌아보면 어지러운 일상이 천지 삐까리인 시대인데, 어찌 혈압은 잦아들 생각을 하지 못할까? 많은 이들의 밤잠을 설치게 만들었던 아시안컵이 끝나고 설날 마저 흘러갔다. 뒷북도 너무 뒷북인 것을 잘 알고 있지만, 4강 탈락에서 부터 시작된 작은 역풍의 분노는 쉬이 잦아들기 어려워 보인다. 

모두가 익히 아는데로, 1960년 우승 이후 오랜시간 무관에 그친 오욕을 씻어 내고자 했던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의 출사표는 끝내 실패했다. '좀비 축구', '해줘 축구'등의 오명으로 불리웠지만 존버하며 버틴 끝에 4강에서 말이다. 결과만 놓고 보면 클린스만이 말한대로 성공적일지도 모른다. 전 대회 결과인 8강에 비해서는 수치상 비약적으로 상승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우리가 받아든 성적표를 보자면 참담한 수준이다. 4강 상대였던 요르단은 이미 토너먼트에서 만난 적이 있었는데도 패배한 것은, 돌이킬 수록 뼈아픈 실책이지만.

그런데, 이미 진 경기 결과보다도 후 폭풍이 거센것은 우리가 4강 밖에 가지 못해서가 아니다. 이를 준비하고 진행했던 일련의 과정에서부터 어긋났기 때문이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감독의 선임부터 잡음이 비롯되었지만 모두가 참고 있던 이유는 그가 '우승'이라는 결과로 대답하겠다는 포부였다. 수포로 돌아간 이후 그가 내놓은 대답은 '다음을 준비하겠다'와 '모두가 왜 이렇게 비판적인지 솔직히 모르겠다' 라는 자아도취적인 견해였다. 다음을 준비하겠다던 대표팀의 수장은 쥐도 새도 모르게 미국으로 향했고, 우승이 코앞에 다가왔던 대표팀에 업적 스탯을 부여하고자 카타르로 날아간 협회장은 침묵으로 일관하며 본 회의까지 불참했다. 그리고 대표님 내 분쟁에 관한 기사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협회 차원에서도 이례적으로 빠르게 확인시켜줬다. 내홍에 대한 이야기도 그렇다. 이 모든것을 협회차원에서 수습하는 밑그림을 보여주며 보이지 않던 협회장이 나타나더니 꺼내든 카드는 '감독경질'. 무엇을 더 이야기 해야 할까. 오차범위 하나 없이 예상되었던 대로 흘러가는 수순이다. 분명 이슈를 뒤덮기 충분한 명분이다. 실제로도 이 전략은 꽤 유효했다. 

 

돌이켜보면 이 시절의 축협은 달라진것이 아닌 그나마 일을 했던 것일 뿐이다.

 

그런데, 경기장 밖에서 감독 경질과 협회 차원의 반성은 차일 피일 미루는 뉘앙스를 풍기며 마치 구국의 결단을 내세우듯이 행동하더니, 경기장 안에서 구슬 땀을 흘려온 선수들의 논란에는 이토록 빠르게 대응을 해줘야 할 만큼의 경중한 사안이었나? 그래서 선수들이 대역죄인이란 말인가? 이쯤되니 궁금증만 쌓여간다. 일개 개인의 기준에서 봐도 본질에 대한 의구심만 커져간다. 협회는 뭐하는 곳인가? 협회는 내부 시스템이 없는가? 컨트롤 타워는 어디에 있는가? 협회장은 대체 생각을 하고 있는가? 협회 차원에서 떻게 분석하고 성찰하여 다음을 준비할 것인가? 이 모든 사단이 불거지고 있는데 팀내 갈등이나 전달하면서 뒷꽁무니 빼는 시늉을 사람들이 모를 것 같은가? 직설적으로 묻고 싶다. 본인이 마치 한신이라도 되는 것 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먼 훗날의 포부를 위해 지금의 시련을 견디는 중이라고. 그렇다면 축구를 모르는 나 또한 이점은 대답해 드릴 수 있겠다. 지금의 상황들은 시련이 아닌 무능에서 비롯되었다고. 

 

사과는 했지만 책임을 지지 않는 결과는 이미 예상된 바이다.

 

행복회로는 그만 돌리고, 헛짓거리 그만하자. 이렇게까지 수를 읽지 못하는 윗선의 생각이라면, 이들을 신뢰하고 지켜본 수 많은 이들의 시선은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선수단 내부의 반목을 마냥 감싸는 것이 옳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건 내부에서 해결할 몫이다. 대중의 비판을 받을 수는 있지만, 공개 처형감은 아니란 소리다. 그들이 보여준 노력이 뚜렷한데도 이 모두를 고사한체 살아남고자 총알 받이로 내세우는 상황이 정말 개탄스럽다. 대중이 원하는 것은 책임자들의 솔선수범한 자세와 반성이다. 그리고 사라진 시스템을 만들어가고 쇄신하는 과정이 필요할 뿐이다. 스타 플레이어들 가지고 필요하면 장사질 하고 불리하면 총알받이로 내세우는 작태가 정당한가? 어찌하여 우리 사회가 겪었던 어두운 심연과 다를바가 없을까. 굵직한 사건들 중에서 비슷한 수순이 적지 않았지만, 매번 마주하게 될 때마다 불편한 건 여전하다. 

이정도 일줄은 몰랐지만, 어제까지 한솥밥 먹던 감독과 코치는 자리를 뜨자 마자 선수단 내부의 이슈로 탓을 돌리고 있고, 명예욕심에 사로잡힌 협회장은 자신의 명예와 보존을 위해 또 다른 희생양을 찾기 바쁘다. 국가대표 축구의 수뇌부였던 사람들이 보이는 행위들은 비겁을 넘어선 비참함만이 남겨지고 있을 뿐이다. 참담하다.

 

240220 (최종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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