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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선

고마웠어요 토리야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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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번쯤 자신의 시대속에 문화적 유산을 지니며 살고 있다. 많지 않은 양이라도, 그 유산이 삶에 기여하는 부분은 분명 적지 않을 것이다. 나에게도 그러한 것들이 몇가지 존재한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드래곤 볼' 이었다. 

하나 고백하자면, 만화세대에 일원으로써 살아왔지만 그간 완독한 것은 거의 없었다. 범위를 근래까지 넓혀봐도 이제 열손가락 정도 완성될 것 같다. 하지만 만화의 재미를 느낀 첫 작품이자 첫 완독작품은 단연 드래곤 볼이었다. 귀여운 주인공이 종횡무진 활약하며 모험을 펼치던 시기부터 서서히 강자와의 사투를 벌이는 활극에 이르는 무협에 이르기까지. 장대한 시간동안 벌어지는 이야기에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었다. 매 순간, 새로운 회차가 나오는 주간 잡지를 기다리고, 서점으로 달려가 뜨끈하게 도착한 단행본을 살펴보며, 당시 발매된 게임들로 부족한 여운을 충족하기 바빴던 시기. 드래곤 볼은 그 어릴적 내가 살아오던 삶의 일부였다. 주변에 가면 손에 잡히는게 드래곤 볼 이었다. 본 내용을 또 보고, 다시 읽어도 그 재미는 여전했다. 꼬마가 청소년이 되고, 청소년이 어른으로 성장하는 동안, 관계의 거리감은 멀어졌어도 관심은 여전했다. 더딘 속도였어도 신작은 꾸준히 찾아보고 구매해서 보고 있을 정도였으니. (솔직히 슈퍼는 조금 힘들었지만)

그러던 3월 어느날. 신작 TVA와 게임. 그 밖에 그의 작품을 기반하는 미디어믹스가 여러 경로로 준비되던 올해. 작품의 탄생 40주년이라는 명예로운 시간을 맞이하는 올해. 애석하게도 그는 모두에게 작별을 고했다.  

 

마지막권을 완독하고 나서 몰려오던 시원섭섭한 기분은 지금도 생생했다.

 

올 초부터 순식간에 흘러가는 시간 속에 맞이하며 우연히 소식을 접한 그날. 여전히 여러 스케줄을 준비하며 우연히 확인한 소식에 어딘지 모를 공허함이 밀려왔다. 올해 공개 예정인 다이마(Daima) 또한 내심 기대하며 한 켠으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그는 떠났다. 젊은 시절을 불태워 모두에게 즐거움을 안겨주었던 그도 많이 힘들었던 모양이다. 새삼 쉬운 일은 세상에 없다는 것을 되뇌여보았다. 고마움과 애석함이 찾아왔다.  

주인은 가고, 작품만이 남겨졌다. 앞으로도 시대를 불문한 명작으로 그의 작품이 기억될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한 세대를 함께하며 손오공과 같이 성장한 모든 이들에게. 그의 빈자리는 오랜시간 아쉬움으로 가득할 것이다. 나 또한 그와 함께한 한명의 키드로써. 늦으막한 기별이지만, 작게나마 그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었다. 

토리야마씨.  그간 고마웠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鳥山 明|Akira Toriyama (1955년 4월 5일 - 2024년 3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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