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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선

심리 권하는 사회 : 우리의 감정을 누가 사유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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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2023년. 여러모로 격변의 시간을 겪고 있습니다. 팬데믹의 영향 하에 자그마치 3년이라는 시간동안 얼어붙어있었고, 세계는 더욱 불안정해지고 있습니다. 통합의 세계는 균열이 보이기 시작했고,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던 대선을 거쳐, 시시각각 변화하는 고금리의 여파를 안으며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최강대국 미국의 경제조차 위기가 보인다는 소식이 심심찮게 들려옵니다. 나열하기도 버거울 만큼 시시각각 이슈가 쏟아지고 있으니, 격변의 시간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러나 격변하는 시간만큼, 살림살이의 발전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하나를 외치던 세계는 자국 우선주의로 돌아서기 시작했고, 각자도생과 생존이라는 당면 과제, 지난 리먼 사태로 시작된 서브 프라임 모기지 당시보다 더 많이 풀린 유동성의 늪, 남겨진 빛잔치를 청산하기 위한 발버둥은 날로 거세집니다. 더욱 움츠려지는 주머니 사정과 기대치를 충족시켜 주는 물가 상승률은 급진적 우상향을 나날이 기록 중입니다. 이쯤 되면 자괴감이 들 정도입니다. 불안한 부동산 시장과 개인 기반의 재정건전성 또한 살얼음판을 걷게 하는 기분을 맘껏 표출 중입니다.

이쯤 돼 면제제 아무리 강심장이라고 할지언정, 심리가 위축될 수밖에 없는 지경. 하지만 반대의 관점. 위축되는 심리를 권하는 입장이 부상하는 것이 자주 보이는 요즘. 우리는 어디에서 흔들리고 있는 것인지 자문하기에 이릅니다. 돌이켜보면, 비단 오늘의 문제는 아니었을 겁니다. 총성 없는 침묵이 도사리는 시대. 그 틈새를 비집고 들어오는 유혹. 모든 매체에서 너나 할 것 없이 심리를 권하고 있습니다. 명상과 철학. 종교. 자기계발. 연애. 인간관계. 인간사 모든 분야의 심리가 팔려나가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그저 한낯 인간에 불과하니 말입니다.

자연스레 선택하게 되는 3인칭의 시대.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내가 하기는 귀찮고, 하기까지의 용기가 부족해지는 상황. 좀 전 언급된 흐름만 살펴봐도 쉬이 용납될 사유는 충분합니다. 그만큼 우리의 심리는 위축되지만, 역설적으로 그 심리가 판매되고 있는 것은, 본시 인간의 삶에서 구성되는 심리라는 측면이 강하게 작용되는 것이기도 합니다. 사유하고 설파하는 힘. 심리라는 것은 언제나 이런 성향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우리의 감정은 누가 사유하는가? 어쩌면, 그 질문의 시간은 제법 빠르게 찾아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분열의 끝이 보이지 않는 이 땅 위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시대에서. 분명, 누군가는 이를 사유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것이 더욱 악화되어 가기 전. 온전히 우리가 사유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라봅니다.

 

* 본 포스트는 '문화유랑단'으로도 동시 개제되고 있습니다.

2022.03.24

 

출처 : pixabay

 

2022-12-23 15:28 - 초고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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