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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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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펜하이머 (2023) :: 재능과 신념. 두 경계의 갈등 생각해보자. 단숨에 세상을 바꿀 거대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가정하에. 당신은 어떠한 선택을 할 것인가? 나에게 오펜하이머는 그러한 질문을 던져주기에 충분한 작품이었다. 어떤 선택을 할 것이고, 그 선택에 대한 신념은 어디에서 부터 출발할 수 있을 것인가. 오펜하이머라는 인물에 대해 수박 겉핧기 수준으로는 알고 있었다. 마케팅 전략이라고 할 수 있는 본 작품의 국내 개봉 당일인 8월 15일. 나는 단 하나의 궁금증을 가지고 이영화를 예매했다. '과연 실존주의를 추구하는 크리스토퍼 놀란은 트리니티 실험을 어떻게 재현했을까?' 여러가지 가설이 머리속에서 쉴틈없이 굴러가는 와중에, 극장에 도착했다. 아이맥스는 아니었지만 가장 뒷편의 자리를 선택해놓은 것은 관람 이후 스스로 칭찬이 될만한 점이었다고 생각한다. 완..
주주시크릿 - 밤이 무서워요 (2023) 2010년대 이후 대한민국 음악 지형에 틈새를 만들어가고 있는 장르를 꼽아보자면 개인적으로 단연 시티팝이다. 청량한 사운드에 감각적인 신스 사운드와 감성적인 가사로 구성된 것이 특징인 본 장르는, 어쩌면 도시화라는 특성이 집중되고 있는 오늘날의 대한민국에서 외로움을 대변하는 음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태초의 시작이라 볼 수 있는 일본에서도 1970년대 이후 이러한 분위기를 기반으로 각 도시마다의 느낌을 바탕으로 하여 장르의 융합을 시도한 것이기도 하기에, 차갑고도 이지적인 감성이 지금 시대와 결이 맞는 것은 당연한 이치일 수도 있겠다. MBC라는 방송국의 주말을 먹여 살리는(?) 대표 예능인 '놀면 뭐 하니'. 전작 격인 '무한도전'에서의 재미를 본 예능과 음악의 조화를 이번에도 꺼내 들었다. 언..
최백호 - 바다 끝 (2017) 시대를 관통하는 노래와 음색이 있다. 그것은 일종의 위안이기도 하고, 때론 낭만이 되기도 하는. 그저 세련된 멋으로 정리되기엔 아쉬움이 짙게 남는 흔적. 들려오는 노래와 음색의 선율 속에서 발견하는 지난날의 한 조각. 그렇기에, 시대를 관통한다는 전제를 붙이는 것은 대중의 불호가 다소 적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드라마 OST로 잔잔하게 알려진 노래인 '바다 끝' 또한 시대를 관통하는 한 조각으로 남겨질 노래라고 생각한다. 수년 전 어느 날 인터넷 서치를 하던 도중 알게 된 이 노래에 매우 젖어들었던 적 있었다. 옷깃에 가랑비가 스며들어 축축해져 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지만 동시에, 알 수 없는 차분함으로 마음은 여물어져 갔다. 지나간 옛사랑 일지, 흘러간 시대의 청춘인지. 스며드는 이 감정들이 어디에서 찾아..
부자의 자세 (제이원, 2022) '부자를 만드는 건, 돈이 아닌 자세다' 돈 + 시간 + 관계의 총합 누구나 돈을 갈망하는 시대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새로운 질서가 형성되고 있는 지금, 매 순간 절벽과도 같은 모습으로 연출되고 있다. 한 세대로써 새로운 시간의 진입은 여러모로 다양한 관점을 낳게 한다. 나 또한 그러했다. 나는 얼마나 준비가 되었는가. 항상 자문해본다. 앞서, 시작부터 반성하고 가게 된다. 야심차게 만든 이 메뉴를 이제야 채워 넣게 될 줄이야. 그만큼 호기롭게 도전하여 삼일천하로 매듭을 지었던 순간이 대체 얼마의 시간이던가. 후회한들 소용없다. 하지 말자는 다짐 보다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좀 더 개선된 생각이라 여겨졌다. 이를 조금이나마 알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되었다. 근래 다녀온 ..
핑클 - 남아있는 노래처럼 (2019) 가만히 떠올려봤다. 누군가를 마음에 품고, 그 마음에 온갖 정성을 담아가며, 이제는 꿈꾸어 볼 엄두도 내지 못할 영원함을 지녔던 시간을. 참으로 아련하게만 느껴지는 그 순간이 분명 내게도 있었음을. 그 순간을 소환해 내는데까진 별도로 어려운 과정 없이 금세 떠올리기 쉬웠다. 한 순간, 한 때의 추억이라지만, 강렬함과 짜릿함으로 물들었던 마음은, 세월의 분침과 함께 서서히 식어가고 있다는 것을 정직하게 각인시켜주었다. 그 존재가 나의 친구, 이웃집 오빠 혹은 누나, 선생님, 반려견이나 반려묘와 같이 보통은 나의 시아 안에 확보된 대상인 경우가 많겠지만, 하나의 장막을 사이에 두고 오로지 온 마음을 쏟아내는 대상도 분명 존재했을 것이다. 한국가요사의 중축으로 기록되는 1990년대 중/후반으로 갈 수록, 이러..
Queen - Mother Love (1995) 1995 (C) Universal music group / Parlophone / Hollywood 요즘 극장가를 휩쓸고 있는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영향으로 인하여, 유튜브를 비롯 여기저기서 퀸의 노래를 발견하고 듣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은 상황이다. 물론 난데없다는 생각이 들때도 더러 있긴 하지만 우선은 락이라는 음악에 대중이 관심을 갖는 다는 점은 락을 좋아해왔던 입장에서라면 여러모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중학교 시절. 우연히 프레디 머큐리 추모공연에서 열창했던 EXTREAM의 메들리를 통해 처음 접한 이후, 퀸의 음악들을 종종 들어왔지만 모든 음악이 그러하든, 결과적으론 어느 시점에 무엇을 듣게 되느냐에 따라 취향의 차이는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요즘 불어닥친 보헤미안 랩소디나 so..
서태지 - TAKE TWO (1998) 때때로 지나간 음악들이 다시금 귀를 잡아 당기는 시즌이 있긴 합니다. 음악이라는 것이 인간의 감정과 직결된 요소이기도 하지만, 흔히 '어떤 날에는 이런 음악이 듣고싶다'라는 것은 괜시리 나오는 소리가 아니겠죠. 음악의 힘을 다시금 느껴보게 됩니다. 요즘들어 예전 곡들이 하나, 둘씩 다시 귀를 잡아당기는 시즌이 도래 했는지 여러 곡들과 앨범을 뒤적거리는 시간이 적잖습니다만, 그 중에서 한 곡 꼽으라면 이 곡을 이야기 안 해볼수 없겠네요. 예전보다는 팬으로써의 기복이 조금 가라앉았다지만, 나이를 먹어가는 지금도 저의 호기심을 이끄는 뮤지션을 꼽으라면 서태지를 꼽습니다. 어찌보면 서태지는 그가 원했던, 원하지 않았던 간에 시대의 흐름 속에 대중의 갈망을 충족 시켜준 뮤지션 이기 때문이죠. 그런 의미에서 199..
Radiohead - 15step (2007) 오랜만에 공간을 점검하다 보니 예전부터 비어있던 이 글이 당연스레 들어왔습니다. 게다가 링크도 잘린 상태였고, 단순 수정을 생각하며 정리를 하다 보니 현재 제 생각과 여러모로 엇박이 생기더군요. 마치 이곡처럼. 그래서, 뼈대는 유지하되, 이를 연결해서 다듬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차분하게 자판을 두드려봅니다. 마치 처음 쓰는 원고처럼 여러 생각 속에 정리될 것 같습니다. 학창 시절만큼이나 락을 듣는 일이 뜸해지는 추세이지만, 세상은 계속 돌아가듯. 간혹 귀를 잡아당기는 매력 있는 소리들은 지금 이 시간에도 나오고 있긴 합니다. 그 소리를 찾아 발견하는 일이 여태껏 즐겁고 깊은 행복감에 사로잡히는 모습을 볼 때면, 그 때나 지금이나 제가 느끼고 있는 감정들은 다행히도 온전한 것 같습니다. 많은 것들이 변해가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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