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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색

주주시크릿 - 밤이 무서워요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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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대 이후 대한민국 음악 지형에 틈새를 만들어가고 있는 장르를 꼽아보자면 개인적으로 단연 시티팝이다. 청량한 사운드에 감각적인 신스 사운드와 감성적인 가사로 구성된 것이 특징인 본 장르는, 어쩌면 도시화라는 특성이 집중되고 있는 오늘날의 대한민국에서 외로움을 대변하는 음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태초의 시작이라 볼 수 있는 일본에서도 1970년대 이후 이러한 분위기를 기반으로 각 도시마다의 느낌을 바탕으로 하여 장르의 융합을 시도한 것이기도 하기에, 차갑고도 이지적인 감성이 지금 시대와 결이 맞는 것은 당연한 이치일 수도 있겠다.

MBC라는 방송국의 주말을 먹여 살리는(?) 대표 예능인 '놀면 뭐 하니'. 전작 격인 '무한도전'에서의 재미를 본 예능과 음악의 조화를 이번에도 꺼내 들었다. 언제까지 우려낼 것이냐는 비아냥도 제법 거세게 들린다. 포맷의 수장이 변경되고, 포맷 자체의 변화도 상당히 다변화된 상태에서, 생각보다 흥행성이 떨어지고 있으니 결국, 잘 되는 아이템을 다시 선택하는 모양새이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유튜브를 위시한 OTT나 2040 타깃 시청률까지 고려하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이야기가 잠시 엇나갔지만, 신스팝을 이야기하면서 예능 이야기를 꺼낸 것은 이 음악의 탄생이 예능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역시 프로젝트성 유닛을 구성하여 제작된 싱글이지만, 생각 없이 들었다가 통수를 제대로 맞은 기분이었다. 완성도 적인 측면에서 제법 모양새가 단단하다. 멜로디의 구성은 더 말할것 없이 신스팝의 청량함을 바탕으로 차갑고 이지적인 느낌을 잘 살려주며, 두 보컬의 합 또한 상당히 짜임새 있게 들려온다. 처음 들으면서도 특정 구간을 여러 번 되돌려 들어볼 만큼 포인트를 살린 맛도 좋다. 오랜만에 괜찮은 신스팝 한곡을 찾은 기분이다. 곡 자체의 구성 또한 너무 예스럽지도, 너무 최신스럽지도 않은 적정한 균형을 이룬다. 브레이크 타임이 들어간 것이 조금 생뚱맞게 들릴 때도 있지만, 튀는 분위기는 아니기에 수긍이 가는 호흡이다. 

한편으로는 이 곡을 만든 작곡가나 이 곡을 캐치한 제작자 모두의 마인드가 부럽다. 두 사람이 공통적으로 언급한 틈새라는 지점이 무척 공감이 되었다. 다수의 아이돌이 시장에 나오고 있지만, 전적으로 귀엽거나 강하거나 하는 이분법적인 느낌이 최근의 아이돌들의 느낌이었다. 다양성을 필요로 하는 시대라고 미디어들이 외쳐대고 있지만, 정작 편향적으로 접근하는 것 또한 그들인 경우가 대다수다. 트로트로 도배되는 중/장년층 황금 시장과, 힙한 세대를 위시하는 패셔너블한 음악 사이에서 길을 잃게 되는 대중이 속출하고 있는 것은 우리 가요계의 관점에서 안타까운 지점이라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프로젝트 성 그룹의 태생적 한계는 명확하지만, 종종 이런 스타일로 자리 매김하여 활동하는 것도 좋은 그림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 그룹이 탄생하게 된 계기만 놓고 보면 전적으로 JS엔터 대표인 유재석의 공일 것이다. 어찌 보면, 지금 겪고 있는 놀면 뭐 하니라는 포맷의 딜레마를 이번 기회를 통해 구체화해 보는 방향으로 세워본다면, 본전은 충분히 만들어 낼 수준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신스팝 전문 듀오. 이번 결과물만 놓고 보면 향후에도 꽤나 괜찮은 그림이 나올 것 같다.

 

(C) 2023. 문화방송 (기획사) 지니뮤직, Stone Music Entertainment (유통사)

 

 

(C) 2023. 놀면뭐하니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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