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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diohead - 15step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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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RADIOHEAD / (C) XL RECODINGS

오랜만에 공간을 점검하다 보니 예전부터 비어있던 이 글이 당연스레 들어왔습니다. 게다가 링크도 잘린 상태였고, 단순 수정을 생각하며 정리를 하다 보니 현재 제 생각과 여러모로 엇박이 생기더군요. 마치 이곡처럼. 그래서, 뼈대는 유지하되, 이를 연결해서 다듬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차분하게 자판을 두드려봅니다. 마치 처음 쓰는 원고처럼 여러 생각 속에 정리될 것 같습니다. 

 

학창 시절만큼이나 락을 듣는 일이 뜸해지는 추세이지만, 세상은 계속 돌아가듯. 간혹 귀를 잡아당기는 매력 있는 소리들은 지금 이 시간에도 나오고 있긴 합니다. 그 소리를 찾아 발견하는 일이 여태껏 즐겁고 깊은 행복감에 사로잡히는 모습을 볼 때면, 그 때나 지금이나 제가 느끼고 있는 감정들은 다행히도 온전한 것 같습니다. 많은 것들이 변해가는 시대지만,  인간이 갖게 되는 몇 안 되는 지속적인 행복을 생각해볼 수 있다 봅니다. 

 

그렇지만 편식하는 입맛이 강해서 그런지 타이밍은 뒤 늦게 알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라디오헤드 또한 예외는 아니었죠. 그들에게는 이제 짜증 나리만큼 엄청난 히트곡들이 많습니다. 일단, 라디오헤드는 몰라도 Creep은 너무도 유명하니까요. 

 

소개해드릴 RADIOHEAD15step을 만난 것은 정확히 어느 무렵 인지 기억나지는 않습니다. 그나마 8집 'The King Of Limbs' (2011) 앨범보다는 이전에 알았던 것이 확실한 심증이 되겠네요. 15 step을 들으며, '이 양반들 신보는 언제 나오나?' 하며 무심결에 기다리다 어느순간 발매 카운트다운을 세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죠. 지금은 조금 알 것 같기도? 합니다만, 여전히 어려운 건 매한가지인 앨범이었습니다. 다만, 15 step이 담긴 7집 'In Rainbow' (2007) 앨범은 무난하게 듣고 있는 편입니다. 물론 적응하기 까지는 8집의 역할이 지대했다는(?) 것에 부정할 수는 없겠습니다. 같은 밴드의 앨범이라지만, 여러 차원에서 결이 다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겠죠.

 

5년 전 이 글을 쓸 때, '인간은 자기 상황과 현실 속에서 영향을 받는 경우가 있다더라'는 어디서 주워들은 카더라와 함께, 한편으로 저 또한 그런 경우가 아닐까 싶다는 견해를 덧붙였습니다. 그리고 그때 제가 느꼈던 이 곡의 감정은 공허하고, 음침하며, 공간적이다 라는 것으로 함축되었죠. 아마도 당시의 저를 돌이켜봤을 때, 이곡에 풍겨져 오는 공허함이 베이스가 되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것이 잘못된 표현이라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그만큼 이곡은 공허하게 들립니다. 거기에 감정에 따라 음침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5년이 지나 현재의 제가 듣기로는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앞선 3가지 감정은 동일하긴 합니다. 그러나 결이 조금은 달라진 느낌은 듭니다. 당시의 저는 이 곡을 들으며 공허하고, 음침하며, 공간적이란 견해를 남겼다면, 지금의 저는 몽환적이고, 차분하며, 확장되는 분위기로 이어집니다. 오랜 시간 사랑받는 음악이 갖는 힘은 이런것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무언가 상상력을 자극하고, 계속해서 생각을 갈구하게 만듭니다. 다양한 해석과 여지를 남겨주죠. 그 당시의 제 견해와 지금의 견해는, 서로를 공유하면서도 간극을 발생시키고 있습니다. 삶의 궤적이 조금은 변화되어 걸어오고 있는 모양이듯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완성도 적인 면은 그때나 지금이나 큰 이견이 없습니다. 곡이 이루는 구성이나 배치는 특색있지만, 예상보다도 평이한 느낌을 줍니다. 이는 결과적으로 '참 독특한데, 자극적이지 않은거 같다'는 결과로 도출됩니다. 어느덧 시대적으로 화두로 대두되어, 트렌드가 되었고, 이제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아가는 '미니멀리즘'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적절하게 연결됩니다. 가장 어렵다는 심플함에서 오는 구성은, 빌드의 결과에 따라 의도를 정확하게 내포한다면 돌아오는 효과가 몇 배 이상 되기 마련입니다. 7집의 구성이 전반적으로 이러한 기조를 따르고 있긴 하지만, 하나하나 뜯어보면, 의외로 고충이 컸을지도 모른다는 짐작을 해보게 됩니다. 미니멀한 구성이 청각자의 귀로 전달되고, 이는 역설적으로 웅장함으로 반사되어, 신비롭게 집결시키는 힘을 주는 곡입니다. 저 조차도 생소하지만, 4/5박자의 구성은 이질적으로 들리지만, 이조차도 장치로써의 역할을 충실하게 뿌리내립니다. 그렇기에 15step이 수록된 그들의 7집은 음악적 진화를 이루어낸 쾌거이자, 역사의 과정이라 볼 수 있는 작품이라는데 이견이 없다는 것은, 이미 이 앨범에게 남겨진 다양한 수상의 기록들이 증명해주는 셈이 되겠네요. (다만 8집은 여전히 어렵습니다. 아무리 들어도 어렵네요.)

다듬다보니 사설이 길어진 느낌도 들지만, 결과적으로 이 곡. 나아가서 7집은 소위 '균형이 잘 맞는' 작품입니다. 

 

앞으로 이들에 디스코그래피에 있어, 또한 앞으로의 시대 속에 이런 흐름을 갖춘 앨범을 다시 만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만, 다행스러운 것은, 이미 이 앨범이 존재한다는 점이겠습니다. 이윽고 이 앨범보다도 진보적이고 새로운 시각의 감성을 담아낸 작품도 언젠가 나올 것입니다. 시대가 변하는 만큼 변화하는 시대 속에 감성 또한 탄생될 테니까요. 하지만, 이 앨범에서 주는 감성을 다른 앨범에서 받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 순간의 감정은 이 순간에 마주쳐야 알 수 있는 것일테니까요. 그래서 제게는 이곡과 이 앨범이 주는 의미가 특별한 이유입니다. 

 

2007. RADIOHEAD / (C) XL RECODINGS

 

 

  • 2016.04.16 : 탈고
  • 2021.07.24 : 증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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