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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색

서태지 - TAKE TWO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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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지나간 음악들이 다시금 귀를 잡아 당기는 시즌이 있긴 합니다. 음악이라는 것이 인간의 감정과 직결된 요소이기도 하지만, 흔히 '어떤 날에는 이런 음악이 듣고싶다'라는 것은 괜시리 나오는 소리가 아니겠죠. 음악의 힘을 다시금 느껴보게 됩니다. 요즘들어 예전 곡들이 하나, 둘씩 다시 귀를 잡아당기는 시즌이 도래 했는지 여러 곡들과 앨범을 뒤적거리는 시간이 적잖습니다만, 그 중에서 한 곡 꼽으라면 이 곡을 이야기 안 해볼수 없겠네요.

 

예전보다는 팬으로써의 기복이 조금 가라앉았다지만, 나이를 먹어가는 지금도 저의 호기심을 이끄는 뮤지션을 꼽으라면 서태지를 꼽습니다. 어찌보면 서태지는 그가 원했던, 원하지 않았던 간에 시대의 흐름 속에 대중의 갈망을 충족 시켜준 뮤지션 이기 때문이죠. 그런 의미에서 1998년 발매된 솔로 1집 이자 통산 5집인 이 앨범의 타이틀 곡이기도 했던 TAKE TWO는 들어볼 수록 구조가 재미있는 음악입니다. 기본적인 Lo-Pi 성향의 사운드에 얼터너티브 락의 대선을 갖추었지만, 후렴 구간의 짙게 깔리는 리프라던지, 초, 중반 갑툭튀하는 샘플링 소스와 스크레치 등의 사운드가 재미있습니다. 이와 대조되는 얌전한 보컬이 사운드에 묻혀 조심히 자신의 목소리를 내밀고 있지만, 때때론 거센 소리로 응수하기도 하는 이 모든것이 합쳐진 사운드의 결과물은 짙게 어둡고, 지저분하며, 때론 괴기스럽기까지 합니다. 컴백앨범에서 보여준 타이틀곡의 분위기가 '자아비판'적이고, 상당히 침울하게 들리죠. 마치 심연속으로 가라앉는 기분.

 

 

(그러나 5집은 아이러니 하게도 음악과 비디오를 제외하면 그의 흔적이 전혀 없던 앨범이기도 하죠)

 

 

물론 당시의 상황에서 서태지는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대상 이였습니다. 대중들은 돌아온 이슈가 앨범에 남긴 괴상한 문자의 정체가 이상의 '오감도'라는 것을 알아내고 그 속에 숨겨진 메시지들을 찾아내기 바빴습니다.안티들에게는 현재도 틈틈히 울겨지는 '돈 떨어지니 앨범내냐?'는 비아냥과, '꼴랑 30분짜리 앨범이 정규냐?'라고 매순간 공격 당하기 일수 였습니다. 곡과 뮤비를 제외하고 서태지의 어떠한 관여가 없던 이 앨범은 결과적으로 서태지 마케팅의 승리다 라는 비아냥 까지 들어먹었죠. 어찌보면 이러한 아이러니 들이 뭉친 현실이 '서태지' 라는 연예인의 현 상황 이었고, 그 동안 자신의 뒤에 붙어있던 &boys를 떼어내고 SEOTAIJI로 선포한 포지션 체인지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 이기도 했습니다. 

 

그러 함에도 앨범의 완성도는 단연코 서태지의 모든 앨범을 통틀어서 최고의 수준. 다시 말해 명반이라 불리울 만한 자격을 갖춘 그런 앨범이자 곡 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편집광적인 음악실험은 이후에도 지속되어 9집까지 버전 업이 되어가는 상황이지만, 시작점은 아마도 5집이 아닐까 싶습니다. 발매이후 10년이 지나고 나서야 '저주받은 걸작' '서태지 최고의 명반'이라는 찬사가 붙고 있지만. 어찌되었든 그의 사운드 강박증이 돋보이는 실험적 요소가 곳곳에 도드라지기 때문이죠. 개인적으론 분명 이 앨범의 러닝타임은 아쉬운 감이 없지 않습니다만, 그렇다고 이 앨범의 가치를 깎아 내리기엔 여러 모순 점이 있죠.

 

이 곡을 듣고 있자면 '내가 하고싶은데로 할거야'라는 선포의 메세지와 기존에 대중이 원했던 모습에 대한 증오감도 느껴집니다. 직접밝힌 메시지는 '신, 구세대의 충돌'이라고 하지만, 오히려 그 스스로가 보여지는 이미지에 대한 고민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더 이상 아이돌이 아닌 뮤지션으로써 남고 싶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는 증좌가 되는 기념비 적인 앨범이 아닐까 싶습니다. 

 

돌이켜보면 가장 치열하게 방송의 권력이 극에 다다른 시점 (문화, 예술로써의 관점)에서 서태지의 위상을 다시금 확인해볼 수 있던 앨범이기도 했죠. 이는 뮤직비디오를 통해 더욱 도드라지게 되는데, 당시 상황에서 얼굴도 내밀지 않은 채 음반과 영상을 통해 신보를 알림 에도 그를 잡기위에 혈안이 된 매체들의 모습에서 그의 영향력도 대단했지만 해당 곡의 뮤직비디오가 공중파에 노출 되었다는 것 자체가 의미 심장했었죠. 지금 봐도 섯불리 이 비디오를 틀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듭니다만. (물론 TAKE FIVE가 더 잘보이긴 했지만)

 

뮤직비디오의 컨셉 자체도 쉽사리 이해가 어려운 형태입니다. 이쁜 모습과 과대 치장된 조명빨이 없는 날것 그대로의 괴상망측한 애니메이션이 5분동안 채워집니다. 결합하고 찟겨지길 반복하는 기생충들과 살찐 인간이 한입 베어무는 닭다리에 흘려지는 침샘들,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구더기들과, 알수없는 동/식물들의 교집합된 모습. 절규하는 모습 등 포스트모더니즘 예술 필름을 보는 듯한 이해할 수 없는 이미지들이 음침한 음악과 결합되어 더욱 자극적으로 다가옵니다. 이렇게 그냥 보기에도 거북스러운 연출로 가득 채워진 이 비디오가 공중파에 노출되고 나왔다는 것은 그의 영향력을 쉽게 깔아뭉갤 수 없는 증거 겠지만, 그런 최상위 레벨의 연예인이 당시에 컴백앨범에서 이런 시도를 보여준것은 앞으로도 회자될 이야기거리 겠죠. 

 

끝으로 원곡의 사운드가 아쉬운 분들이라면 15주년 앨범의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들어보시라는 것을 추천드리고 싶네요.

오히려 더욱 의도적으로 원곡이 전달하고싶던 지저분함과 거친 사운드를 제대로 들어보실 수 있으실 겁니다.

 

 

:: TAKE TWO (1998.07.07 삼성뮤직 / 반도음반 / 서태지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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