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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선

1만원의 벽. 2024 최저임금 협상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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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은 이번에도 1만 원은 넘지 못했다. 누군가는 시기상조라 말하고, 누군가는 너무 늦었다고 말하는 최저임금. 쉬이 생각하기에는 좀처럼 가볍지 못한 우리 시대의 화두를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2024년 최저임금 '9860원'

오늘 결정된 대한민국 2024년 최저임금은 9860원이다. 월급으로 환산해보면 2,060,740원 (월 290시간 근무 기준)으로 전년 대비로는 2.5% (9620원) 상승한 수치이다. 수치상 근접해졌다는 긍정적인 시그널로 생각해 볼 여지도 충분하겠지만, 사견으로는 씁쓸한 입맛을 되뇌게 하는 결과였다. 1988년 도입된 이후 2번째로 낮은 인상률이라 한다. 관측이 우세했다고는 하나, 결과는 여전히 넘지 못한 벽이다. 1년이라는 시간을 환산하는 모든 개미들의 시간당 비용이 아직도 만원을 넘지 못했다는 점. 좀처럼 제자리를 맴돌게만 한다. 우리에게는 여전히 어렵고 불가능한 이야기인가.

이번 협상 이후에도 늘 그랬듯, 양측의 입장 표명은 이어졌다. 사측 입장인 소상공인연합회 에서는 "소상공인들은 비용구조와 경제 상황을 고려해 최저임금 동결을 촉구했으나 이번 최저임금 결정은 주요 지불 주체인 소상공인의 절규를 외면한 무책임한 처사"라고 밝혔고, 대한상공회의소 또한 "한계에 몰린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경영 부담은 앞으로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이들에 의견을 거들었다. 이에 노동자 측 입장인 한국노총은 "법이 정한 최저임금 수준의 결정 기준은 무시되고, 정부가 발표한 통계자료 및 비혼단신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한 이번 결정은, 물가상승과 차후 예정되어 있는 공공요금 인상 등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으며, 산입범위 확대개악으로 인해 실질임금 하락이 지속되는 상황을 외면한 결정으로 향후 소득불평등은 더욱 가속화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 언급했다. 텍스트만 봐도 별달리 새로울 것은 없어보였다. "이러다 다 죽어"라는 의미가 서로의 기준에서 충족될 뿐. 정작 빈껍데기에 불구한 셈이다. 

 

1만원은 진정 시대의 벽으로 남을 것인가

상황이 무엇이든, 양측의 입장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정확히는 나 또한 일개 노동자에 불구하기에, 동결에 가까운 이번 인상 폭은 그리 달갑지 않은 쪽에 무계가 쏠릴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시대가 이를 반영치 못한다는 사실은 여전히 유요한 의문이다. 급변하는 지갑 사정을 뒤로하고 언제까지 자린고비라는 카드를 들이대기만 할 상황인지. 어느 한쪽을 막론하고 이를 근본적으로 다룬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이 확보되어야 하는 중요성은 늘 뒷전인 분위기다. 모두가 힘들다는 것은 공감하지만, 정작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현실을 외면하는 상황을 자주 비춘다.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올해 초 미국에서 발표한 실업 통계 자료에 따르면 역사상 최초로 AI로 인한 실직의 비중이 발생했다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수준 높은 인재를 활용하는 것이 기업의 생존에 직결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의 생존에 대해서 도외시하고 있는 꼴이다. '우리가 하는 사업은 그것과는 상관없다'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멀리서 부터 발생하는 파도의 흐름이 아닌 내 발밑에 부서지고 있는 물결은 아닐는지. 굳이 1만 원에 사력을 다하려드는가에 대해 묻는 사람이 있다면, 짧은 식견이 그렇다고 밖에는.

세계 경제의 장기 침체의 갈림길에 다다른 오늘. 시간당 1만원의 현실은 다시금 1년 뒤로 물러났다. 올라간 물가와는 무색하게 제자리걸음을 맴돌고 있는 현실. 운영의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나, 그를 이용하는 고객의 기준을 생각해 보면 결국 그들의 주머니가 두둑해져야 한다는 근본적인 원인을 고려해봤으면 싶다. 왜 안 쓰냐를 따지려 들지 말고, 왜 안 쓰려고 하는지를 생각해 보자. 

 

 

23.07.20

SEO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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