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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선

표리부동 - 엠넷의 새로운 오디션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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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고 싶다. '당신은 누구의 꿈을 지킬 것인가'라고 당당히 내건 포맷에. 정작 그들의 꿈을 어떻게 지켜줄 수 있느냐고. 꿈을 지켜주는 것은 참여하는 시청자들의 몫으로 던져두고, 소란한 대중의 틈을 타 이득은 획책하며, 이번에도 사고가 터지면 나 몰라라 꽁무니를 뺄 것인지를 말이다.  

오랜 침묵 끝에 다시 꺼내 든 엠넷(정확하게는 CJ ENM)의 신규 오디션 프로가 론칭된다는 뉴스를 보았다. 오디션으로 흥하고 망했다고 평가받는 그들이 무리수를 던지는 것일까? 자연스레 눈살이 찌푸려졌다. 물론, 보지도 않는 프로그램을 가지고 성격과 느낌 등을 이야기하는 것은 옳지 않은 점이 있다. 간과할 수 없는 지점이다. 그럼에도 미심쩍은 표정을 거두기에는 쉽지 않다. 

이미 포화를 맞을 만큼 맞은 그들이 왜 또 오디션이란 카드를 내놓은 것일까? 어찌 보면 이유야 단순하다. 그들은 이미 프로듀스라는 프랜차이즈를 성공한 전례가 있고, 충분한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남의 회사 아이돌을 키우는 것보다, 자신들이 키워내고 육성한 아이돌이 가져다 줄 수익원은 실로 엄청난 것일 테니. 맛을 본 자가 포기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막연하게 포기하기엔 너무도 큰 시장이었을 것이다. BTS가 전 세계를 장악하고 K-POP은 하나의 트렌드를 넘어 문화로 향하고 있는 판국이니. 

(C) CJ ENM. MNET

2009년 슈퍼스타 K로부터 시작된 이들의 오디션 포맷은,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오디션 공화국이라는 현상을 낳았다. 너나 할 것 없이 만들어지는 변주된 포맷에서도, 기본 줄기는 이들의 것임은 부정할 수 없었다. 론칭만 했다 하면 평균 시청률 5%는 먹고 들어가는 보장된 흥행과, 이들을 통해 쏟아지는 여타의 부가수익. 계획은 더욱 나아가 가수를 만들어내는 것을 떠나 자사 아이돌 론칭으로 확장한다. 그간 심심찮게 보여왔던 기획사들과의 알력 다툼에서 느낀 바가 적지 않았을 것이다.

보다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했다. 당시 옆 나라에서 성공했던 '소비자가 직접 뽑는 아이돌'이라는 소재를 이식하여 초대박을 일궈낸 프로듀스 시리즈는, 이들의 꿈을 한 발짝 가까이 닿게 해 주었다. 부정할 수 없는 공식이 되어갔다. 이제 이들은 대형 기획사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졌다. 기획하고, 만들고, 활동까지 성공가도를 보장한 그룹 육성 노하우를 손에 쥔 셈이다. 그들이 가진 미디어라는 영향력을 통해, 이들의 성공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된 셈이다. 물론, 여기까지였다면 비교적 좋은 결말이었을 것이었겠지만. 

조작투표와 일부 소속사의 유착을 통한 멤버 밀어주기 수법 등이 드러난 민낯. 그것이 이들이 추구해왔던 아이돌 육성의 기조였다. 전체는 아니었더라도, 이미 수면 위로 드러난 점은 부정할 수 없다. 10년의 시간이 허수고로 돌아가는 광경이 펼쳐졌다. 진심 쓰라렸을 것이다. 그들이 만들고 세우고, 거두어들였던 노하우가 물거품이 돼가는 과정을 말이다.

'당신은 누구의 꿈을 지킬 것인가'라는 도발적인 문구로 꺼내 든 이번 오디션은, 이들의 아이돌 육성 노하우를 되살리겠다는 의지이다. 여기에, 공정성을 더하는 의지라 볼 수 있을 것이다. 과거와는 단절하며, 확실하게 만들어 갈 것임을 역설적으로 자극시키는 마케팅 기법을 얹혀 내놓은 그들의 한 수. 뻔히 보이는 수이기에 그들의 시선이 더욱 고깝지 않은 이유가 된다. 이미 그들은 수많은 이들의 꿈을 짓밟아버렸다. 어느 누구도 구제해 주지 못했던 그들이. 대체 무슨 근거로 꿈을 지킬 거냐 묻는 건가? 그들의 땀과 눈물이 강을 넘어 바다가 되었고도 남았을 시간. 다시금 이익에 눈이 멀어 꿈을 내세웠다면, 좀 더 솔직해져라. 누구의 꿈이 아닌 우리의 욕망이며 어떻게 지킬 것이냐라고. 장치적 해결이 모든 것을 말해줄 수는 없다. 범주를 넘어선 공정성을 훼손시킨 것은 만들어낸 그들 자신이다. 그들은 정말 소 잃은 외양간을 고칠 의지라도 있는 것일까? 

결국 기업의 기조는 구성원들의 꿈을 담보 삼아 수익화하는 집단이다. 이번에는 어떤 이들의 꿈을 담보로 삼을 것인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이들에게 응원을 보내지만, 포맷에서 보여준다는 진정성이 납득될 수준에 이르기까지. 아마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썩 내키지 않을 것임은 분명한 시작이다. 누구의 꿈을 지키느니, 유명무실한 대중인으로 남겠다. 그들이 더욱 성장하도록 말이다.

 

- 2021.08.13 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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