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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 백

일상-열입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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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이 시즌이 찾아오면 어김없이 몰아치는 업무에 파뭍힌다. 살기 위한 방편인 것이 현실이지만, 이래야 먹고 살수 있다는 사실이 기저에 깔려있다. 때론 자괴감이 들었던 순간들도 있었다. 어떤 이들처럼 호기롭게 파이어족으로 준비하고자 하는 것을 도전하는 것도, 모으는 습관을 잘 다스려 꾸준히 재정을 관리하는 능력도, 모두 나에겐 함량 미달인 기준치였다. 

살아오며 느끼는 것이지만, 지나간 버스를 바라보며 한탄해봐야 급한건 나의 이야기다. 떠나간 버스가 사정을 알아주지라 생각하지 않아야 한다. 그것이 정신건강에 이롭다. 이 진리를 얻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 속에 삽질을 거하게 했던 것인가. 현재 상황도 어찌보면 도로아미타불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최소한의 목표와 해야할 명분은 손에 쥐게 되었기에 내심 다행이라면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아지고자 하는 욕망에 다시금 불을 지펴가고 있다. 콸콸 끓어오르는 용광로 같던 지난 시간의 나는 이미 버스를 타고 지나가버렸지만, 잔가지를 모아 불을 펴고 장작을 떼워 넣는 지금의 내모습도 그리 나빠 보이지는 않아 보인다. 어쩌면, 삶의 방향성이라는 것을 망각하고 살던 스스로에게 어느날 다가온 구원의 손길이지 않을까 싶다. 오늘 하루에 감사하고 다가올 내일을 위해 계속 시도하고자 한다. 비록 넘어짐과 삽질이 계속 될 지언정, 꾸준히 나아가는 내성을 지난 십수년간 반추하며 길러온 것을 활용해야 할 때가 왔다. 

 

23.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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