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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 백

일상 - 열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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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초순 잠시 떠나온 여행 이후. 차곡히 쌓여간 프로젝트들이 하나씩 줄어가는 동안, 주말마저 일과 잠을 맞바뀌는 날들이 늘어만 갔다. 그렇게 8월의 후반기를 맞는 일요일도 어김없이 침대와 혼연일체가 되어 더위를 맞았던 주말이었다. 자고 깨서 먹고 잠시 작업하다 다시 자고부터를 반복하며 월요일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 이 무렵이 되었을 때만 겪을 수 있는 송별의 시간이 있다. 여름이 지나가고 있다는 메시지인 처서 무렵. 한 여름밤의 귀뚜라미 소리의 울음이 길가를 채워가고, 낮 동안의 뜨겁게 달궈졌던 열기는 아침, 저녁으로 식어가는 느낌이 체감으로 돌아오는 수준의 시간. 매년 반복되지만, 동일하게도 8월 이 무렵이지 않을까 싶다. 처음 이 분위기를 감지했던 것이 20대 중반이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아무것도 없는 밤 하늘에 그날따라 달 하나가 덩그러니 빛을 내고 있는 모습. 어둡고도 또렷한 풍경과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리들에서 그간 경험하지 못했던 감정으로 다가왔다. 매년 여름은 변함없이 순환했고 여러 풍경과 기억들이 남겨졌지만, 별안간 달라지지 않은 흔적 중 하나가 이 시기였다.

왜 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무렵의 감정은 묘해진다. 계절의 특성이라 그랬는지 몰라도 항상 뜨겁고, 저돌적인 기분마저 드는 날씨여서 그럴지 모르겠다. 특유의 날카로움이 발견되지만, 이 시기를 겪게 되면서 그러한 날카로움은 점차 사그러드는 것을 느낄 수 있게 된다. 그러면서도 4개월 남짓 남은 올해라는 시간을 들여다보게 된다. 어디까지 왔고, 어디까지 했으며,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나름의 기준과 척도로 가늠해본다. 매번 회한의 결과가 나오는 것이 많았지만, 나이를 먹어가면서 조금은 다행이라고 여겨지는 것은 그래도 나아간 것이 보였다는 안도감일지도 모르겠다.

조금 더 센치해지는 감정이 들어가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지만 그간의 독백의 경험이 적지 않았으니, 별 일 없이 잘 보내줘야 하겠다. 달라지는 풍경은 있지만 감정은 어떻게 될까? 아직은 비슷한 수준이기에 다행이라면 다행이겠다.  시원해지면서 서늘해지는 경계의 순간에 훌쩍 떠나는 이번 휴가도 슬슬 생각해봐야겠다. 그간 이 마저도 못 챙겼던 삶에서 이 정도는 챙길 수준이 되었으니, 그래도 제자리 걸음은 벗어났다는 것에 위안을 삼아본다.

 

22.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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